아들이 수면장애를 위해 복용한 강력한 신경안정제 영향으로 불침번을 제대로 서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부대상황이 아이를 더이상 배려할 수 없고 병세가 날로 악화될 것은 뻔한 상황이니 다시 현역부적합심사를 통해 아들을 하루 빨리 군에서 빼내야 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현부심을 담당하는 행정사를 찾은 후 연락을 했다.
다음은 메일 전문...
안녕하세요? 8월에 입대한 현역 엄마입니다.
제 아들은 틱장애가 발현되어 지금 누가 봐도 틱장애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증세를 겪고 있고 정신과 수면제를 처방받아 버티고 있습니다. 간부들도 상황을 다 아는 상황이고 국군수도병원에서 틱장애 약도 처방받아 치료중인데 진단서는 현부심 때에만 떼어 줄 수 있다며 부모에게 사실도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틀에 한 번 불침번을 서는 등 피로누적과 스트레스가 틱장애 치료를 방해하고 있고 지난 3개월간 우울증도 함께 진행되는 상황이라 현부심을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현부심을 진행할 수 있는지요?
대략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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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태에서는 현부심만이 해결책이긴 하지만 결코 군에서는 쉽게 현부심으로 내보내질 않습니다. 충분한 의료자료, 치료기간, 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본인의 노력, 부대 지휘부 의견 등등을 검토하여 현부심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저희 사무소에서는 부모님과 현부심 자문 계약을 통하여 아드님과 직접 연락을 주고 받으며 애로를 점차 해소해 나가는 식으로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의료자료 획득에 대한 방법, 군내 복무가 힘들 시 입원하는 방법, 부모 명의의 탄원서나 진정서를 통한 현부심 진행 독촉, 등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무소에 이 현부심 업무를 전적 위임 시 비용은 선금 100만원, 나중 현부심 성공 후 아드님이 자택 도착 시 추가 100만원입니다.

불행에 맞딱드려 무엇이든 해내겠다는 각오는 곧 당도할 금전적 데미지로 출발부터 휘청이게 됐다. 틱장애로 한방병원과 정신과 치료로 그동안 1천만 원 이상의 병원비를 지불했다는 환우 카페회원의 후기에서 이미 경제적 손실을 예견했지만 그나마 나는 아픈 아들을 마음대로 빼낼 수도 없고 빼내기 위해 또 돈이 필요하단다.
아들을 맡겼으니 잘 보살피겠다 어쩐다 그럴 듯한 말로 꾀어 아들을 데려갔던 이 나라가 아픈 아들도 제대로 치료해주지 않는데다 데려가려면 돈이 필요하다니 강도가 아니면 무엇인가?
우리 아들은 뼛속부터 한국인이라 생후 11개월부터 타국에서 살았어도 한국학교에서 한국인 정서로 키웠고 온 가족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듯 외국인 속의 철저한 한국인으로 살았으며 우리가족은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도 불타는 애국심으로 한국 상품을 애용했었다. 이런 대한민국 대표 바보같으니...
불타는 애국심으로 괜히 한국에 애를 보내서, 군대는 괜히 보내서, 아이 가슴에 불타는 흔적과 상흔만 남았네.
입대한 지 이미 5개월이 지난 시점이고 현부심의 근거가 된다는 정신과 치료경력의 6개월 이력도 없으며 현부심을 진행한다 해도 몇 개월이 소요되는지 모르는 상황 속에 아들은 증세가 점점 심해져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은 아들의 전화를 통해 그동안 아들이 자대배치 후 일부 모난 선임들의 질투로 시작된 부조리와 은따 그리고 틱증세 발현까지 모두 지켜본 간부들이 이동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슬며시 엄습한 듯했고 나는 현부심 서류를 준비하는 데 배려해줄 거라 믿었던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절망감에 머리 끝이 쭈뼛했다.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하게 그동안 여기 저기서 줏어들은 상식적인 수준의 말들로 전화너머 거친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아들을 위로해줄 수 밖에 없었다.
"질량 보전의 법칙이 있잖니? 못되고 부족한 사람은 어디나 있기 마련인데 역으로 좋은 사람이 나가면 또 들어오는 좋은 사람이 있겠지..."
아직은 스무살의 젊고 순수한 아들이니 이 부족한 애미의 어거지같은 위로가 잠시 먹히기를...
아들과 전화를 끊고 나는 아들보다 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안절부절하다가 퇴근한 남편에게 상황을 알렸고 여전히 사실을 회피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인지 그냥 보던 티비 채널이나 돌려보며 자기의 루틴을 지키는 남편을 아무 말없이 지켜보았다. 이걸 대단한 정신 승리라고 해야할까? 실천성이라고는 1도 없는 책들을 읽고 얻어낸 수련의 결과라고 할까? 그래, 당신은 결국 돈만 지불할 뿐이고 나는 속 끓이며 부단히 해결책을 찾느라 정신의 반쪽은 우주를 헤매고 있으리...그게 각자가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라...
전쟁이 나도 아무 대책없는 낙천주의자가 제일 먼저 사망한다는 사실을 안다. 나는 절대 무조건적 낙천주의의 길을 걸어본 적 없는 사람으로(사실 불만많은 버섯돌이와 같은 비관론자에 가까웠지) 항상 최후의 상황에 대비해왔고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에 내게 굴러떨어진 이 불행도 전쟁과 나름없는 상황이지만 결코 죽음에 무릎꿇지 못하도록 정신이 번쩍들게 등짝을 후려치는 기특한 불행임을 안다. 그리고 나는 결국 가시밭길을 걸어가도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나게 될 것이다. 내가 늘 그래왔듯이...
성인틱으로 전환되어 고착화되면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예후도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정보들을 섭렵하고 나는 어렵사리 틱전문가를 찾아 예약을 걸어두었고 관련 서적을 구매해 하루만에 독파해서 환우을 다루는 방법을 익혔으며 인터넷에서 틱에 좋다는 영양제도 구입했다.
여기 저기 틱장애 관련한 카페에 정신없이 회원등록을 해놓고 관련 논문들의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나는 금방이라도 틱분야의 전문가가 된 기분이다. 자격증 하나 없지만서도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한 열정 하나 만으로 수많은 성공과 실폐사례를 샘플링하면서 아이가 건강해질 수 있는 단 하나의 변수를 위해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는 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주치의가 될 것을 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아이가 만난 비슷한 저주를 접하고 자식의 병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누군가가 있을 줄 안다. 나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으며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치유의 방법을 찾아나설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 주머니 사정을 더 어렵게 하지만 더 내달리기로 했다. "달려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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